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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7편] 포장과 감성, 브랜드가 되는 순간

by yony1000 2025. 4. 1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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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 전, 체험키트를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.
딱히 큰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,
그냥 “일단 한번 보내보자”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.
그런데 이걸 준비하다 보니까…
포장 하나, 문구 한 줄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
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.

나는 지금, 귤을 팔고 싶다기보다는 ‘기억에 남는 귤’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.
그래서 이 글은,
어떻게 하면 감정이 담긴 포장이 될 수 있을까?
내가 요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.


🍊 문구 하나에 담긴 힘

“쓸데없이 맛있는 귤”
“너만 먹어귤”
“나만 먹을 수 없는 귤”

이건 처음엔 그냥 재미로 생각해본 문구였는데,
쓸수록 자꾸 애착이 생긴다.
딱 한 줄인데,
받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.

귤 박스를 열었을 때,
이런 문구가 눈에 띄면
그 순간부터 이건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
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.

포장은 그 자체로 말이 되니까.
“나는 이 귤을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는가?”
그 질문에 대한 내 답이 바로,
이 문장들 속에 있는 거다.


💌 카드 한 장이 만들어주는 경험

포장 안에는 꼭 카드 한 장을 넣고 싶다.
대단한 내용은 아니고,
그냥 이렇게 쓰려고 한다.

 

“오늘 아침, 어머니가 수확하고

아버지가 포장한 귤입니다.
생기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:)”

 

이건 상업적인 멘트가 아니다.
진짜 우리 집 이야기고, 진심이다.

사람들은 이런 카드 한 장에 반응한다.
내가 체험키트를 보내기 전에
친구 몇 명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여줬더니
“이거 받으면 왠지 기분 되게 좋아질 것 같아”
라는 말을 들었다.
그 말이 참 고마웠고,
내가 잘하고 있구나 싶었다.


📦 포장 = 브랜드의 첫인상

포장 디자인도 요즘 계속 고민 중이다.
나는 딱딱한 택배 상자보다는,
선물처럼 보이는 박스를 만들고 싶다.

  • 겉면엔 따뜻한 톤
  • 박스를 열면 문구가 딱 보이게
  • 안에는 귤이 예쁘게 들어가고
  • 그 옆에 카드 한 장,
  • 너무 과하지 않은 감성

이 구조 하나로 브랜드의 톤이 결정된다.

사람들은 사실 물건보다
느낌을 기억한다.
특히 요즘처럼 감성이 소비를 이끄는 시대엔
“이 박스, 예쁘다”
“이 카드, 감동이야”
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브랜드를 만든다.


🌱 나는 ‘감성을 설계’ 중이다

예전에는 브랜드라고 하면
로고, 홈페이지, 마케팅, 광고 이런 걸 떠올렸는데
지금은 좀 다르다.

브랜드는 ‘느낌’이고
그 느낌을 설계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.

  •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까
  • 어떤 색이 잘 어울릴까
  • 손글씨는 따뜻할까 부담스러울까
  • 포장은 심플한 게 좋을까, 알록달록한 게 좋을까

이런 질문들이
내가 진짜 생기농장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
계속 생각하게 해준다.


🍊 작은 포장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

사람들이 포장지를 보고 웃었으면 좋겠다.
문구를 보고 “아, 이건 기억에 남는다” 했으면 좋겠다.
한 입 먹고 “이건 그냥 귤이 아니네” 했으면 좋겠다.

나는 그런 귤을 만들고 싶다.
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.

지금 나는
한 줄 문구 하나를 고르기 위해 몇 시간씩 고민하고
카드에 무슨 말을 쓸지 메모장에 계속 적고 지우고 있다.

그 모든 과정이
그냥 ‘팔기 위한 노력’이 아니라
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감정의 설계라고 믿는다.


마무리하며 – 이 길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

정답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.
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
나는 점점 더 생기농장을 내 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.

귤을 파는 일이 아니라, 감동을 전하는 일
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플랫폼이다.

그리고 이 브랜드는,
포장지 하나, 카드 한 장, 문구 한 줄에서부터 시작된다.